중고 거래

낙서 2009/02/17 17:33

Roah가 태어난 이후로 너무 뜸했던 것 같다. 내가 무척이나 바쁘고 정신 없을 만큼 육아에 집중하고 있진 않지만 개인 생활의 대부분이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이를 제외하면 별다른 사건이 없었고, 새 가족에 대한 포스팅은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아직 고민중이라 이 곳이 계속 썰렁하게 유지되었다.

제목이 중고 거래이니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남겨야겠다.

살면서 쓰던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지만 결혼 전 가지고 싶던 오디오를 장만하면서 중고 구입에 눈을 떴다. 오디오를 얼추 갖춘 뒤에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판매만 아주 이따금 있었다. 그러다 넓지 않은 집에 가족이 하나 늘면서 내가 사용하던 공간 대부분을 반납해야 했고 결국엔 아끼던 자전거도 처분해 버렸다. 한 번 거래가 트이니 이것 저것 눈에 띄는 것들을 모두 내다 팔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된다.

최근에는 우연히 생겼던 카메라와 다이빙용 하우징을 처분했고 오늘 있을 윤디 리의 리사이틀 티켓도 양도해버렸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는 것이 판매하려는 물건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느냐에 따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이 무척이나 달랐다.

카메라와 하우징은 다이빙 관련 장터에 내놓았는데 구입하겠다는 연락은 아주아주 많이 왔다. 그러나 대체로 전화 통화가 되면 간단한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가격부터 내려부르며 얼마에 합시다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는 예약을 하고 물건을 가지러 오겠다고 한다. 약속한 시한까지 기다려도 연락이 없기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면 대체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매너에 몰상식. 아직도 다이빙 판에는 이런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

반면 윤디 리의 티켓은 고전음악 동호회의 장터에 내놓았는데 카메라와 하우징처럼 글을 포스팅 하자마자 문의가 폭주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연락 준 사람과 거래가 성사되었고 이후에 연락한 사람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전화 통화도 간단한 인사로 정상적으로 시작되었고 거래 조건이나 방법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점에 도달했으며 구입하는 분은 아주 좋은 자리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해 주었다.

즐기는 취미 활동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인지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되는 필연적인 성향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격은 상황만 그랬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상당히 많은 사례를 겪은 것 같다.

이번엔 윤디 리의 리사이틀에 대해 옮겨가 보면 아기 때문에 부인과 함께 가지는 못하겠지만 혼자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다. 이미 혼자 듣고 온 연주도 여럿이었고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쇼팽 콩쿨 우승자이며 DG 소속 아시안 아티스트의 연주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음악회의 즐거움은 음악을 듣는 그 순간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리고 집에 도착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부인과 연주가 어떠했고, 어떤 곡은 어떤 느낌이라 좋았고, 별로였고, 오늘의 관객 점수는 얼마나 될 것이며, 아티스트가 걸어 나오는 자세, 인사하는 방법, 앵콜의 분위기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과 다른 사람의 감상 후기를 서로 찾아 함께하며 공감하거나 다르게 생각하거나 하는 의견을 나누는 재미가 아직은 훨씬 더 커서 혼자 듣고 오면 원래 가져야할 기쁨의 절반밖에 얻을 수 없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그래도 남는 조금의 아쉬움은 있지만 윤디 리가 또 오겠지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중.

2009/02/17 17:33 2009/02/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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